새벽에 언덕을 오르는 마라톤 러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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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에 함께 위촉된 동기 열 명 중, 3년 뒤 남아 있는 사람은 몇 명일까. 5년 뒤엔? 10년 뒤엔?

대답이 두렵다는 것 자체가, 이 업의 정직한 얼굴이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가 매년 공시하는 설계사 정착률(13회차 등록 유지율) 관련 지표는 발표 시점·회사·연도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신인 설계사의 조기 이탈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흐름은 오랫동안 반복해서 지적돼 왔다(정확한 수치는 각 협회 공시통계 원문에서 발표 시점 기준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아 있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줄어드는 흐름 자체는, 이 업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남은 사람들을 만나 보면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학벌이 특출난 것도 아니다. 대신 공통점이 있다. 이 업의 "마디"를 알고 있었고, 그 마디를 넘는 자기만의 마음 사용법을 만들어 뒀다는 점.

이 글의 관점: 오래 남는 설계사가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6개의 시기(마디)를 통과해 왔다는 관찰이다. 어느 시기에 있든, 다음 시기의 얼굴을 미리 알아 두는 것만으로도 무너지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마디 ①. 첫 100일 — 거절을 "나에 대한 것"으로 만들지 않기

가장 위험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첫 세 달이다. 계약이 안 나와서가 아니다. 거절 하나하나를 "나라는 사람에 대한 판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친한 형이 안 한다는 그 말이 왜 이렇게 오래 남을까요?" 잠이 잘 오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흔하다. 그 말의 무게를 스스로 낮추는 데 두세 달이 훅 지나가는 건, 어떤 신입에게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 시기의 마음 사용법은 하나다. 거절을 문장 단위로 잘라서 보라. "나는 지금 필요 없어" — 이 말은 "나는 지금 필요 없어"일 뿐, "너는 별로야"가 아니다. 이 두 문장을 헷갈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이 업이 사람을 태운다.

TIP 01

거절-분리 노트 3줄

거절받은 저녁, 딱 3줄만 적는다. ① 오늘 들은 정확한 문장 ② 그 문장이 말하는 상황(고객의 사정) ③ 그 문장이 말하지 않은 것(내 인격에 대한 평가는 아니라는 점). 3줄이면 충분하다. 이걸 100번 정도 반복하는 것이 첫 100일의 진짜 일이다.

마디 ②. 1년차 — 실적보다 "습관"을 남기는 시기

1년차의 함정은 첫 해 실적을 인생 실적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첫 해 실적이 좋으면 자만하고, 안 좋으면 자신을 지운다. 둘 다 위험하다.

남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답이 비슷하다. "1년차에는 실적을 만든 게 아니라 습관을 만들었어요." 아침에 몇 시에 앉는지, 하루에 몇 명과 통화하는지, 어떤 형식의 상담 노트를 쓰는지 — 이 무료해 보이는 것들이 3년 뒤 성과의 원본이 된다.

1년차는 성과 그래프가 아니라 루틴 그래프를 보라.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 어떤 루틴이 한 칸 자리 잡았는가. 그것 하나면 오늘 하루가 성공이다.

1년차 자기 점검 3문항 — ① 이번 달, 나만의 하루 시작 루틴이 있는가? ② 상담 이후 24시간 안에 반드시 하는 후속 동작이 있는가? ③ 매주 같은 요일·같은 시간에 하는 자기 학습 시간이 있는가? 세 개 중 두 개면 충분하다.

카페에서 마주 앉아 대화하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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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③. 3년차 — 지인 자원이 마르는 자리에서 진짜 시장을 만난다

3년차의 얼굴은 대체로 지쳐 있다. 이유는 하나다. 지인 시장이 슬슬 바닥나기 때문이다. 처음 2년 동안 이어져 온 관성이 여기서 한 번 끊긴다.

여기서 두 갈래로 갈린다.

3년차의 진짜 일은 실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낯선 시장에 나를 노출시켜 보는 것이다. 지인 자원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것에 기대는 시간이 길수록, 이 업의 뒷심이 짧아진다.

마디 ④. 5년차 — 몸을 지키는 사람 vs 몸을 태우는 사람

5년차부터 실적이 몸으로 온다. 위장, 허리, 어깨, 두통. 그리고 잠. 이 시기에 몸을 관리하는 습관을 만들지 못하면, 이후 10년은 사실상 몸이 결정한다.

이 시기 선배들에게서 자주 듣는 문장이 있다. "이 일은 뇌로 하는 게 아니라 체력으로 하는 감정노동이더라." 몸이 한 번 무너져 봤던 사람일수록 이 말을 힘주어 한다. 실적보다 회복이 먼저인 시기가 반드시 온다는 얘기다.

남은 사람들은 대체로 이 시기에 운동 루틴 하나, 식사 루틴 하나, 수면 마지노선 하나를 세운다. 대단한 게 아니다. "밤 12시 이후 카톡 확인 안 함" 같은 아주 낮은 기준선이다. 이런 낮은 선이 10년, 20년의 실적 총량을 만든다.

TIP 02

몸 관리 3분 셀프체크

① 이번 주에 30분 이상 걸은 날이 3번 있었는가 ② 이번 주에 저녁을 집에서 먹은 날이 3번 있었는가 ③ 이번 주에 7시간 이상 잔 날이 3번 있었는가. 셋 다 아니라면, 이번 주말은 실적보다 회복이 먼저다. 이 판단이 5년차의 가장 중요한 판단이 된다.

사무실에서 플립차트 앞에 서서 설명하는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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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⑤. 10년차 — 실적 그래프에 무뎌지는 힘

10년차의 적은 슬럼프가 아니다. 익숙함이다. 같은 상품, 같은 설명, 같은 반론, 같은 소개 부탁. 어느 순간 자기 목소리가 녹음테이프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이때 위험한 두 가지 반응이 온다.

  1. "이 정도 해봤으니 이제 좀 편해지자" — 나태로 흐른다.
  2. "뭔가 새 걸 해야 해" — 갑자기 신사업, 신유통으로 갈아탄다.

둘 다 오래 못 간다. 10년차의 진짜 과업은 이미 있는 것을 다시 새롭게 보는 힘이다. 5년 전에 상담했던 고객의 아이는 지금 몇 살인가. 그때 넣어드린 실손은 지금도 유효한가. 3년 전 종신 계약, 자녀 출생 이후 수익자 지정은 손볼 데가 없는가.

남은 사람들이 10년차에 다시 하는 일은 화려한 신영역 개척이 아니라, 자기 고객 명단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이다. 이 지루한 일이 성수기·비수기의 사이클을 부드럽게 만든다.

10년차 재발견 루틴 — 매 분기 하루를 비워, 지난 10년의 고객 명단을 처음부터 훑는다. 각 고객마다 "지금 이 사람의 인생 어디쯤일까?" 한 줄만 적는다. 이 한 줄이 다음 분기 상담의 자연스러운 이유가 된다. 억지로 콜 돌리는 것보다 훨씬 오래 간다.

마디 ⑥. 20년차 — 남기는 사람이 되는 후반전

20년째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야기가 실적에서 사람으로 옮겨 간다. "요즘은 후배 한 명 잘 자리 잡는 게 계약 하나보다 뿌듯해요." 처음엔 겸손 인사말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다.

이 시기의 성과는 내가 뛰어서 나오는 몫보다, 20년 동안 쌓인 고객의 자녀·친척·지인 소개, 후배 설계사가 어려운 케이스를 자문받으러 오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계약이 큰 부분을 차지하곤 한다. 관계라는 자산이 성과의 기반으로 자리 잡는 시기라고 이야기하는 선배가 많다.

여기서 오래 남는 이유가 하나 더 드러난다. 20년차의 일은 나만의 성과가 아니라 업의 후배들에게 무엇을 남기는가가 된다. 상담 매뉴얼일 수도, 컴플라이언스 감각일 수도, 어려운 고객을 어떻게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태도일 수도. 남기는 사람이 되는 순간, 20년이 짐이 아니라 자산이 된다.

열린 저널과 손글씨 노트, 컬러풀한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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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마디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

여섯 마디를 다 지나 온 선배들에게 결국 하나로 요약해 달라고 부탁하면, 대체로 이런 문장이 돌아온다.

"이 일은 실적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오래 볼 수 있는 자격을 유지하는 일이다."

거절 하나에 나를 지우지 않는 것도, 지인 시장을 넘어 낯선 사람에게 신뢰받는 법을 배우는 것도, 몸을 지키는 것도, 익숙함을 다시 낯설게 보는 것도 — 결국은 같은 이유에서다. 한 사람을 20년 동안 옆에서 볼 수 있는 자격을 스스로 유지하려는 것.

지금 어느 마디에 있든 상관없다. 100일 차에도, 3년 차에도, 10년 차에도, 그 자격은 오늘 저녁 노트 3줄에서 다시 쌓인다. 그게 이 업이 오래 견디는 사람에게 주는 가장 정직한 보상이다.

오늘 저녁 3줄 노트 — ① 오늘 만난 사람 중 한 명, 그의 지금 인생 어디쯤에 있는지 한 문장 ② 오늘 내가 잘한 아주 작은 것 한 가지 ③ 내일 아침, 어제와 다르게 한 번 해볼 것 한 가지. 이 3줄이 100일 뒤, 1년 뒤, 5년 뒤의 나를 만든다.

이번 달 실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면, 그 숫자보다 오래 남을 다음 한 문장을 오늘 기억해도 좋다. 오래 남는 사람은 매일 잘한 사람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 차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