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사와 고객이 마주 앉아 상담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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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설계사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어요." 요즘 현장에서 이런 푸념을 듣는 일이 부쩍 늘었다. 가입 당시 친절했던 설계사는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고,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하면 "현재 담당자가 미배정 상태"라는 안내가 돌아온다. 업계에서는 이런 계약을 고아계약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시장은 지금도 조용히 커지고 있다.

최근 업계 보도에서도 부업형 설계사 증가, 1200% 룰과 수수료 분급제 시행이 맞물리면서 단기간 영업 후 시장을 이탈하는 설계사가 늘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른다. GA(법인대리점) 설계사 13개월 정착률은 회사별 편차가 크지만 가중평균 기준으로는 60% 안팎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규로 진입한 설계사 상당수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탈하면, 그 사이에 그들이 남긴 계약은 관리 공백 상태가 된다.

이 글의 핵심: 고아계약은 빼앗기는 시장이 아니라, 잘 관리되지 못한 보장 공백을 채워 줄 새 담당자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집합이다. 권유가 아니라 점검에서 시작하면, 인수나 보완 상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고아계약은 왜 이렇게 늘어났나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다. 우선 부업형·N잡형 설계사 비중이 커졌다. 지인 몇 건만 체결하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단기 채널이 많아지면서, 계약은 남았는데 관리할 사람이 없는 사례가 누적된다. 2026년부터 단계 시행에 들어간 수수료 분급제(우선 4년 분할로 시작, 2029년부터 7년 분할 확대 예정)는 장기적으로는 유지율을 끌어올리는 제도이지만, 단기 수익이 줄면서 1~2년 차 설계사의 이탈을 가속하는 측면도 있다. 업계 매체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코로나 시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비대면·플랫폼 가입자들이 이제 가입 5~7년 차에 접어들면서, 그때의 설계사들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끊기는 시점이 함께 도래했다. 관리 공백이 일시에 표면화되는 시기라는 뜻이다. 위기처럼 보이지만, 다르게 보면 보장 점검 수요가 시장 전체에 깔린 셈이다.

고객의 진짜 감정을 먼저 읽어라

고아계약 고객은 단순히 담당자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대부분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 첫째, "그때 그 사람한테 속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 둘째, "괜히 또 새 설계사를 만나면 같은 일을 겪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 이 감정을 먼저 인정해 주지 않으면, 어떤 좋은 분석을 들이밀어도 마음은 닫혀 있다.

여러 상담 사례를 재구성해 보면 이런 경우가 인상적이다. 40대 후반 자영업자 한 분, 5년 전 가입한 종합보험 3건을 갖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보장 분석 한번 받아 보시죠"라는 말에 손을 내저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가입 당시 설계사가 그만둔 뒤 보험사에서 연락 한 통 없었고, 자기 가족이 어떤 보장을 갖고 있는지 본인도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했다. 분석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모르고 있었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셈이다. 이 감정을 알아주고 시작하니 두 번째 만남부터는 본인이 먼저 증권을 다 모아 들고 왔다.

핵심은 화법이 아니라 태도다. 권유부터 들어가지 마라. 먼저 들어라.

고객에게 계약 서류를 건네는 설계사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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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계약 인수 4단계 동선

아래 네 단계는 거창한 방법론이 아니다. 현장에서 통한 순서를 정리했을 뿐이다. 순서를 바꾸면 신뢰가 깨지고, 단계 하나를 건너뛰면 결국 흐지부지된다.

STEP 1

접근 채널부터 자연스럽게 만든다

콜드콜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은 기존 고객의 가족·지인이다. "가족 중에 보험 점검 못 받으신 분 있으세요?"라는 한 문장이 출발점이 된다. 그 다음은 본인이 운영하는 SNS·블로그에서 '상담료 없는 보장 점검' 콘텐츠로 들어오는 자발적 문의. 마지막은 자동차·일반보험 등 단기 채널 고객에게 종합 점검을 제안하는 흐름이다. 세 채널 모두 공통점은 하나, 고객이 먼저 점검을 원한다는 것이다.

STEP 2

첫 컨택은 권유가 아니라 점검 제안으로

첫 메시지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좋은 상품이 있어서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혹시 지금 가입하신 보험을 마지막으로 점검받은 게 언제이신가요?" 답이 1년 이상이면 "최근 약관·세제가 꽤 바뀌어서, 30분만 시간 내주시면 보장 공백 있는지만 봐 드릴게요"로 잇는다. 갈아타기 의도는 일절 비치지 마라. 가입 권유는 분석 이후의 일이다.

STEP 3

증권 분석은 시각화해서 같이 본다

고객이 갖고 있는 증권을 모두 모아 한 장의 표로 정리한다. 보장 항목(사망·암·뇌·심장·실손·간병·운전자)별로 누가 얼마를, 언제까지, 어떤 조건으로 받는지를 나란히 놓는다. 이 표를 출력해서 함께 보면, 어디가 비어 있고 어디가 중복인지 고객 본인이 먼저 짚어낸다. 설계사가 "이 부분이 문제예요"라고 짚는 것보다, 고객이 "어, 이거 비어 있네요?"라고 말하게 만드는 게 훨씬 강력하다.

STEP 4

보완 제안은 최소·정량·장기 약속으로

공백이 보인다고 한 번에 다 채우려 들지 마라. 가장 시급한 공백 1~2개만 보완 제안한다. 보험료 인상 폭과 기대 보장액을 숫자로 보여주고, 결정은 고객이 충분히 생각한 뒤 하도록 시간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드시 이렇게 약속한다. "앞으로 매년 한 번씩 같이 점검해 드릴게요. 보험사 바뀌어도, 회사 옮겨도 제가 직접 연락드립니다." 이 한 문장이 다음 5년의 관계를 결정한다.

자주 빠지는 함정 3가지

① 전 설계사 험담은 모든 걸 망친다

"이 상품을 이렇게 설계한 건 좀 이상하네요" 같은 말은 짧은 쾌감을 줄지 몰라도, 고객 입장에서는 자기 판단력에 대한 공격으로 들린다. 결국 "이 사람도 똑같이 자기 거 팔려는 거구나"로 결론이 난다. 전임자에 대해서는 중립적으로 말하라. "그땐 그게 맞는 선택이었을 수 있어요. 다만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보면…"이 훨씬 효과적이다.

② 즉시 갈아타기 강요는 컴플라이언스 문제로 번진다

고아계약을 해지하고 새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이른바 '승환계약'은 보험업법상 엄격한 규제 대상이다. 6개월 내 동종 상품 갈아타기는 부당승환으로 간주될 수 있고, 민원·과태료로 직결된다. 갈아타기보다 기존 보장은 유지하고 공백만 보완하는 방향이 안전하다. 정말 갈아타야 할 합리적 사유가 있다면 비교표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고객이 직접 판단하도록 한다.

③ 점검만 하고 사후가 흐지부지되면 의미 없다

가장 흔한 실수다. 첫 분석은 정성껏 해놓고, 계약이 안 나오면 연락이 뜸해진다. 그러면 그 고객은 다음에 또 다른 의미의 '고아'가 된다. 분석한 그날 바로 다음 점검 일정을 캘린더에 넣고, 6개월 뒤 약관·세제 변경 사항을 짧게 정리한 카톡 한 통이라도 보내라. 계약이 없어도 관계를 유지한 고객은 1~2년 안에 본인 또는 가족 계약으로 돌아온다.

설계사와 고객이 악수하는 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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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계약은 시장이 아니라 사람이다

분급제가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 단기 회전형 영업의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반대로 한 명의 고객과 오래가는 설계사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고아계약은 그 가치를 증명할 가장 좋은 무대다. 한 번 신뢰가 깨진 고객을 다시 신뢰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렇게 접근하자. 보장이 비어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관계가 비어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점검은 그 시작일 뿐이고, 진짜 자산은 그 다음 5년·10년에 쌓인다. 결국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