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망인은 신용에 문제가 있어 본인 명의로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고,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명의를 빌려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청약서·상품설명서·보험증권에는 모두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로 기재되었고, 보험료도 매월 보험설계사 명의의 계좌로 납부되었습니다. 피보험자는 망인 본인, 사망보험금 수익자는 망인의 자녀(원고)였습니다. 보험계약에는 일정한 직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를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면책조항이 들어 있었는데, 이후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자 보험사는 그 면책조항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보험사 측은 “계약자가 보험설계사이니 면책조항을 이미 알고 있었고, 따라서 약관을 따로 명시·설명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도 함께 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실질적 부담자(망인) vs 명의자(보험설계사) 중 누가 계약자인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고, 원심이 실질적 계약자를 망인이라고 본 판단을 파기했습니다.

계약 당사자 결정 기준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면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 당사자로 본다. 의사가 불일치하면 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 경위 등을 종합해 합리적인 상대방이 누구를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지로 결정한다.
이 사건에 적용한 결론망인은 신용 문제로 본인 명의 계약이 불가능해 보험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한 것이므로 보험설계사가 계약자가 되는 것을 의도했고, 보험설계사 역시 자신이 계약자가 되는 것을 양해했다. 보험사도 청약서·증권에 기재된 대로 보험설계사를 계약자로 알고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그 명의 계좌로 받아왔다. 결국 양 당사자의 의사가 명의대로 일치한 이상 보험계약자는 망인이 아니라 명의인인 보험설계사다.
설명의무에 미치는 영향실질적 계약자를 망인으로 보았던 원심 전제 위에서는 면책조항을 따로 설명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가능했지만, 계약자가 보험업 종사자인 보험설계사라면 면책조항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생긴다. 그렇다면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있고, 그에 따라 면책조항의 효력이 그대로 인정될 여지도 생긴다. 다만 대법원은 이 점을 단정하지 않고 원심이 더 심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파기환송).

3. 보험설계사 실무 시사점

실제 의사와 서류상 명의를 일치시켜 두세요: 신용·세무·가족 사정 때문에 다른 사람 명의로 가입하자는 요청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실제 부담자와 서류상 계약자가 어긋나지 않도록 정리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좋습니다. 이번 판결처럼 명의대로 계약자가 결정되면 약관 설명의무·통지의무·해지권 모두 명의인을 기준으로 따져야 하므로, 실질 부담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설계사 본인 명의로 빌려주는 일은 더 위험합니다: 본 사안처럼 보험설계사가 자기 이름으로 계약을 빌려주면 “계약자가 보험을 잘 안다”는 전제로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있어, 사고가 나면 결국 그 면책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고객을 도우려던 호의가 보험금 거절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차명이 불가피하다면 의사 일치를 명확히 남기세요: 누구를 계약자로 할지에 대한 양 당사자의 합의, 보험료 부담 주체, 보험증권 수령자, 약관 설명 절차를 청약 단계에서 분명히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사고 후에는 같은 사실을 두고도 해석이 갈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약관 설명은 ‘계약자 기준’으로 다시 짚어두세요: 명시·설명의무는 계약자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형식적 계약자가 누구든 면책조항·통지의무·중요사항은 청약 단계에서 빠짐없이 안내하고 그 사실을 기록해 두면, 설명의무 면제 다툼 자체가 줄어듭니다.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보험은 가능한 한 보험료를 실제로 내시는 분 본인 명의로 진행하시면 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분 명의로 청약하시면 그 명의대로 계약자가 정해질 수 있어, 나중에 약관 설명이 충분했는지·통지 의무를 누가 졌어야 하는지 같은 다툼에서 실제 부담자가 아닌 명의자 기준으로 판단될 수 있고, 그만큼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 예상 못 한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부득이 다른 분 명의로 진행하셔야 한다면, 누가 계약자가 되시는지 미리 분명히 정해서 청약서와 안내 자료에 그대로 남겨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실제 분쟁은 약관, 사실관계, 시점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15다226519, 대법원 2016. 12. 29.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