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회계법인(甲)은 보험회사(乙)와 회계사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약관에는 ①보험기간 중 제3자가 甲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하고(손해배상청구 조항), ②그 청구를 다시 보험기간 중에 乙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서면통지 조항)는 두 가지 조건이 함께 정해져 있었습니다.

분쟁이 발생하자 甲은 이 두 조항이 보험자의 책임을 부당하게 좁히는 약관규제법 제7조 제2호의 불공정 조항이라 무효라고 주장했고, 동시에 설명의무 위반이라 약관을 보험계약에 편입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두 쟁점을 분리해 판단하면서, 동일한 약관 조항이라도 ‘유무효’ 판단과 ‘설명의무’ 판단은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약관규제법상 무효 여부와 명시·설명의무 여부를 나누어 판단했습니다.

약관 무효 여부 전문직 배상책임보험에서 손해배상청구 기준(Claims-made)으로 보험사고를 정한 것은 보험자의 책임 범위를 한정하는 보험사고의 정의에 해당함. 손해배상청구 조항과 서면통지 조항 모두 상당한 이유 없이 보험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약관규제법 제7조 제2호에 따른 무효는 아님.
손해배상청구 조항의 설명의무 ‘보험기간 중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은 회계법인 입장에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보험금 지급조건. 별도의 명시·설명의무 대상은 아님.
서면통지 조항의 설명의무 ‘보험기간 중 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통지를 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중대한 불이익 조항. 보험사고 시점 이후의 보상 범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의 전제조건 자체이므로 보험자는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함.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보험자는 그 약관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기 어려워짐. 즉, 서면통지 조항을 충실히 설명하지 못했다면 그 조항을 근거로 통지가 늦었다는 이유를 들기 어려워질 수 있음(다른 면책·지급요건은 별도 판단).

3. 보험설계사 실무 시사점

Claims-made 구조의 핵심 안내: 전문직·임원·기관·사이버 등 책임보험에서 청구기준 약관이 자주 쓰입니다. ‘사고가 보험기간 중에 일어났는가’보다 ‘청구와 통지가 보험기간 중에 있었는가’가 보장의 전제임을 가입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서면통지 조항의 비중: 약관 조항 자체가 무효는 아니지만,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보험자가 그 조항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가입 시 청약서·약관 설명서에 ‘서면통지’ 요건을 명확히 표시하고, 설명 사실을 기록(자필 서명·전자서명·녹취 등)으로 남기는 절차가 중요합니다.
갱신·해지 시점의 위험: 청구기준 약관은 갱신 시 소급담보 일자, 보고연장기간(Reporting Period) 설정 여부에 따라 보장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기간 만료 직전에 받은 제3자 청구는 즉시 서면통지하지 않으면 다음 기간에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설명합니다.
통지 채널의 기록화: ‘서면통지’가 요구되므로, 전화·구두 통지만으로는 분쟁 시 입증이 약합니다. 가입자에게는 등기우편·이메일·보험사 공식 접수창구 등 보존 가능한 채널을 안내하고, 통지 시점·내용을 보관하도록 가이드합니다.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이 상품은 사고가 보험기간 중에 일어난 것만으로 보장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와 보험사 서면통지까지 모두 보험기간 안에 이루어져야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검토되는 구조입니다. 특히 ‘서면통지’ 부분은 빠뜨리면 보험금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청구를 받으시면 가능한 한 빠르게 보존되는 방법(등기·이메일·보험사 접수창구)으로 알려주시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실제 분쟁은 약관 조항의 구체적 내용, 설명의무 이행 여부, 통지 방법과 시점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17다245804, 대법원 2020. 9. 3.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