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국내 건설사가 리비아 개발청과 대형 공사계약을 체결했고, 국내 은행이 원채무자(건설사)의 리비아 소재 사하라 뱅크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면서, 사하라 뱅크는 다시 리비아 개발청 앞으로 이행보증서를 발급하는 3단계 독립적 은행보증 사슬이 형성되었습니다. 국내 은행의 지급보증서와 사하라 뱅크의 이행보증서는 모두 URDG 458을 적용 규칙으로 하고, 지급청구 요건으로 ‘단순 청구(simple/first simple demand)’만을 기재해 두었습니다. 국내 은행은 자신이 현지 은행에 지게 되는 구상채무에 대해 국내 보증보험사와 이행보증보험계약을 별도로 체결했습니다.

이후 현지 은행이 국내 은행에 ‘보증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만기 시에 보증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를 통보했고, 국내 은행은 보증기간 연장 불가 통보를 받자 국내 보증보험사를 상대로 이행보증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쟁점은 현지 은행의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URDG 458 요건을 갖춘 적법한 지급청구인지였고, 그 결과에 따라 원구상보증 사슬 아래의 이행보증보험금 지급 의무 유무가 갈리는 구조였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준거법인 리비아법의 관련 규정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면 URDG 458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지급청구 요건을 판단해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이 사건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통일규칙이 요구하는 서면진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습니다.

외국법 흠결 시 준거 판단 외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그 내용을 확인할 자료가 없으면 관습법 → 조리 순으로 판단. 이 사건은 리비아법상 URDG 적용 배제 자료가 없어 통일규칙이 그대로 적용됨.
독립적 은행보증의 성격 독립적 은행보증(first demand bank guarantee)은 원인관계와 단절된 추상성·무인성이 있어, 보증인은 지급청구서 및 첨부서류가 보증서·통일규칙 요건에 문면상 일치하는지만 심사해서 지급 여부를 결정.
‘단순 청구(simple demand)’의 한계 보증서에 ‘단순 청구’ 문구만 기재되어 있어도 URDG 제20조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는 한, 제20조가 요구하는 서면진술 요건까지 충족되어야 지급청구로 인정됨.
연장지급선택부 청구의 요건 URDG 제26조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는 조건부 의사표시. 만기 연장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보증금 지급을 구하는 적법한 지급청구로 인정되려면 보증 유효기간 내 + 보증서·URDG가 정한 지급청구 요건 충족 두 가지가 모두 필요.
이 사건 사슬 아래의 결론 현지 은행의 청구에는 URDG 제20조 b항이 요구하는 ‘수익자로부터 통일규칙에 일치하는 지급청구를 받았다는 서면진술’이 없어 지급청구로 성립하지 못함. 결국 국내 은행은 현지 은행에 지급 의무가 없고, 구상채무를 담보하는 국내 보증보험사 역시 이행보증보험금 지급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원심 결론을 유지.

3. 보험설계사 실무 시사점

보증보험은 ‘원계약 흐름’ 전체를 봐야 하는 상품: 이행보증보험·구상보증은 원계약 → 원보증 → 재보증(리보증)·구상보증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사슬 위에 얹혀 있습니다. 사슬 위쪽에서 지급청구가 적법하지 않으면 아래쪽 보증보험사의 지급 의무도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을 소상히 설명해야, 계약자·수익자 양측 모두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단순 청구’ 문구를 만능으로 이해하지 않기: 실무에서 ‘first simple demand’ 문구가 있으면 사실상 무조건 지급된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 청구 문구가 URDG 20조의 서면진술 요건까지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해외 프로젝트 관련 이행보증·구상보증 상담에서는 적용 규칙(URDG 458·758)지급청구 요건 문언을 함께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연장지급선택부(extend or pay) 통지 대응 매뉴얼: 수익자로부터 ‘기간 연장 아니면 지급’ 취지의 통지가 오면, 계약자·보증의뢰인 측은 (가) 통지가 보증 유효기간 내에 도달했는지, (나) URDG가 요구하는 서면진술이 첨부되었는지, (다) 요건 흠결 시 URDG 제10조에 따른 합리적 기간 내 지급거절 통지가 필요한지 등을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절차를 놓치면 지급의무가 뒤늦게 확정되는 위험이 있습니다.
구상보증·재보증 사슬에서 서면진술의 위치: URDG 제20조는 원보증 지급청구에는 a항(수익자 진술), 구상보증 지급청구에는 b항(원보증인 진술)을 요구합니다. 사슬 아래 단계로 갈수록 진술의 주체와 내용이 달라진다는 점을 정리해 두면, 여신 담당자·재무팀·법무팀과의 소통에서 어느 단계에서 요건이 흠결되었는지를 빠르게 짚어낼 수 있습니다.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해외 프로젝트 이행보증보험은 은행의 지급보증 → 현지 은행의 이행보증 → 이행보증보험 구상보증으로 이어지는 사슬 위에 얹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슬에서 ‘단순 청구’ 문구가 있어도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정한 통일규칙이 요구하는 서면진술 요건을 갖춰야 지급청구로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상담 단계에서 준거법과 적용 규칙(URDG 458·758)을 함께 확인하고, ‘기간 연장 아니면 지급하라’는 통지를 받으면 기간·서면진술 요건 충족 여부를 곧바로 점검해 드릴 수 있도록 안내드립니다. 그래야 지급 국면에서 의도치 않게 방어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됩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실제 분쟁은 약관, 사실관계, 준거법·적용 규칙, 시점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17다218895, 대법원 2021. 7. 8.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