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원고는 캄보디아 국적의 망인과 2008년 혼인한 뒤, 망인이 한국에 입국한 그해부터 사고 발생일까지 약 6년에 걸쳐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고 자신을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지정한 33개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고로 받게 될 사망보험금 추산액은 약 95억 원이었습니다.

2014년 8월 망인이 임신 7개월 상태에서 고속도로 추돌사고로 조수석에서 사망했고, 원고는 그 가운데 두 건의 생명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사는 ① 다수 보험계약을 통한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민법 제103조), ② 보험계약자(원고)의 고의 사고 면책(상법 제659조 제1항), ③ 피보험자(망인)의 서면동의 흠결(상법 제731조 제1항)을 들어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형사사건에서는 1심 무죄 → 항소심 살인·사기 유죄(무기징역) → 상고심 파기환송 → 환송심에서 살인·사기는 무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만 유죄(금고 2년)로 확정된 사건입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보험사의 세 가지 항변 가운데 앞의 두 개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서면동의의 진정성’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① 부정취득 목적 항변 다수의 보험계약·고액 보험료가 있더라도, 가입이 사고 임박 시점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결혼 후 6년에 걸쳐 꾸준히 이루어졌고, 가입 보험의 상당수가 사망 단독이 아니라 질병·연금·투자 기능을 겸하는 상품이며, 보험설계사들의 권유가 반복적으로 있었고, 보험을 사실상 자산운용 수단으로 활용한 정황 등을 종합하면 ‘부정취득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② 고의 사고 면책 항변 혼인관계가 원만하고 임신 7개월 자녀가 있어 살해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점, 60~70km 정면 추돌은 운전자 본인에게도 치명상이 가능해 ‘조수석만 타격’ 의도를 단정하기 어려운 점, 졸음운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③ 서면동의 흠결 항변 — 받아들여짐 상법 제731조 제1항이 요구하는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는 보험계약 내용을 이해한 뒤 진정한 의사로 한 동의를 의미합니다. 청약서 피보험자란에 망인이 자필로 이름을 적은 사실은 있어도, 보험계약 체결 무렵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고(산부인과 의사·복수의 보험설계사 진술로 확인) 보험설계사들이 망인에게 ‘본인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계약’이라는 점을 설명한 정황도 없으며, 모국어 약관·통역 등 진정한 동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으므로 동의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3. 보험설계사 실무 시사점

외국인 배우자가 피보험자인 거액 생명보험은 진정성 확인 절차가 사후 분쟁의 핵심: 한국어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외국인이 피보험자가 되는 사망보험은, 자필 서명이 있어도 ‘진정한 동의’ 자체가 다툼이 될 수 있습니다. 모국어로 된 약관·요약자료를 제시하거나 통역(가족이 아닌 제3자가 바람직)을 거쳐 ‘본인의 사망이 보험사고이고, 수익자가 누구이며, 사망보험금이 얼마인지’가 피보험자 본인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분쟁 대비의 출발점입니다.
“가족이 옆에서 설명해 줬다”는 진술은 동의의 증거로 약하다는 점: 본 사건에서도 보험설계사들은 “계약자(남편)에게 설명했고 그가 망인에게 옆에서 설명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법원은 그것을 ‘피보험자의 진정한 동의’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망보험금 수익자인 가족의 매개 설명은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보험자 본인이 별도로 설명을 받는 자리를 두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동의 흠결로 인한 무효’는 추인으로도 살려낼 수 없습니다: 상법 제731조 제1항이 강행규정이라 동의 없이 체결된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이고, 피보험자가 나중에 ‘추인’을 한다 해도 유효해지지 않는다는 판례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가입 시점의 동의 확인이 핵심이며, 사후 보완으로 유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모집·심사 단계에서 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취득 목적’ 항변과 ‘서면동의 흠결’ 항변은 입증 난도가 매우 다릅니다: 보험사가 거액 다수보험 사건에서 흔히 제기하는 부정취득 목적·고의 사고 항변은 동기·정황까지 입증해야 하지만, 서면동의 흠결은 ‘이해한 진정한 동의가 있었는가’라는 절차적 사실을 다투는 항변입니다. 본 사건에서도 부정취득·고의 항변은 모두 기각됐지만, 서면동의 흠결 한 가지로 해당 보험금 청구가 기각됐습니다. 모집 단계에서 가장 방어가 약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해 둘 만합니다.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타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보험은 상법상 그 본인의 서면동의가 요구됩니다. 단순히 청약서에 이름을 적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보험의 내용을 이해한 뒤 본인의 진정한 의사로 동의했다는 점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어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가족이 피보험자가 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모국어 안내자료나 별도의 설명 자리를 마련해 본인이 직접 설명을 듣고 동의했다는 흔적을 남겨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실제 분쟁은 약관, 사실관계, 시점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16가합550030,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1. 17.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