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원고 변호사는 피고 보험사와 변호사전문인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한 뒤, 아파트 구분소유자들을 대리하는 관리사무소장과 등기업무 위수임계약을 맺고 등기비용을 자신의 은행 계좌로 지급받았습니다. 원고가 고용한 등기사무장이 등기비용 상당 부분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서 등기업무가 지연되자, 관리소장은 기한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며 미이행 시 손해배상책임을 묻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부족한 등기비용을 스스로 마련해 위임사무를 모두 마쳤고, 이후 보험사에게 사무장 횡령 상당액을 대납한 부분을 보험금으로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원고의 대납이 사실상 손해배상금 지급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보아 보험금 지급의무를 인정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판단의 축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임보험의 성격 변호사배상책임보험도 상법 제719조가 정한 책임보험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하려면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했거나 상법 또는 약관이 정하는 방법으로 배상책임이 확정되어야 합니다.
청구권 발생 4요건 이 사건 약관상 요건은 ① 전문 법률서비스 과정에서의 실수·태만·의무불이행, ② 그로 인한 제3자 손해, ③ 피해자로부터의 배상청구, ④ 판결·보상결정·보험자 승인 합의에 의한 배상책임의 확정. 이 넷이 모두 갖춰져야 청구권이 생깁니다.
사무장 횡령·자비 대납의 평가 사무장이 등기비용을 임의소비한 것 자체는 위임인에 대한 손해가 아니며, 원고가 대납해 위임사무를 지연은 됐지만 결국 이행한 이상 위임인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배상청구도 판결·합의도 없었으므로 청구권 발생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3. 보험설계사 실무 시사점

전문직 배상책임 상담의 프레임: 변호사·의사·회계사·건축사·세무사 등 전문직 배상책임보험(PL/PI)을 안내할 때는 “손해 발생 → 배상청구 → 배상책임 확정” 이라는 3단계 프레임을 함께 설명해 주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무가 여기서 벌어지는 오해가 잦기 때문입니다.
‘자비 대납’은 원칙적으로 손해가 아님: 사무장·직원 등의 횡령·유용을 피보험자가 자기 비용으로 메워 업무를 완결한 경우, 피해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거나 소멸된 것이므로 배상책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유형은 임원보험(D&O)이나 신원보증보험 등 다른 담보 조합으로 커버해야 합니다.
피해자 배상청구·확정 시점 관리: 배상청구서가 접수된 시점, 판결·조정·보험자 승인 합의가 이루어진 시점은 보험사고의 확정 시점과 직결됩니다. 통지 시점을 놓치면 담보 자체가 밀릴 수 있으므로 피보험자에게 서면 통보의 흐름을 미리 설명해 두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보험자 승인 없는 합의 위험: 이 사건 약관은 “보험자 도움과 승인 아래 협상·합의된 것”을 배상책임 확정의 한 방법으로 규정합니다. 피보험자가 보험자 협의 없이 임의 합의해 버리면 후에 보험금이 부인될 수 있으므로, 사고 통지 후 합의 협상 단계에서 보험사·구상팀과 사전 협의하도록 안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전문직 배상책임보험은 사고가 났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이 아닙니다. 상대방(피해자)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하고, 배상청구가 있고, 그 배상액이 판결이나 보험사가 승인한 합의로 확정돼야 청구권이 생긴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사무장 횡령을 대신 갚아 업무를 마무리한 경우처럼 배상책임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보험금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으니, 사고 통지와 합의 진행은 반드시 보험사와 먼저 상의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실제 분쟁은 약관, 사고 유형, 피해자와의 협상 경과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14다20998, 대법원 2017. 1. 25.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