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원고 자산운용회사는 피고 손해보험회사와 자산운용 전문직 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약관은 영문본과 국문 번역본이 함께 만들어졌으며, 영문본과 번역본이 충돌하면 영문본이 우선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면책조항(Dishonesty)에는 ‘any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고의적 사기 행위·부작위)’과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법령의 wilful 위반)’가 나란히 규정되어 있었는데, 번역본은 후자의 ‘wilful’을 ‘계획적인’으로 옮겨두었다. 펀드 투자 손실을 두고 보험금 청구가 제기되자, 보험사는 위 면책조항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영문본 우선 원칙을 전제로, 면책사유 ‘wilful’을 ‘일반적인 고의’로 보았고, 그 결과 미필적 고의도 면책의 범위에 들어간다고 정리했다.

약관 해석의 기준영문본과 번역본이 불일치할 때는 약정에 따라 영문본을 기준으로 해석한다. 번역본의 표현(‘계획적인’)을 근거로 영문본의 의미(‘wilful’)를 좁게 한정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
‘wilful’의 의미면책조항이 같은 항에서 ‘deliberately fraudulent’(계획적 사기)와 ‘wilful violation’(법령의 위반)을 따로 구분해 적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wilful’은 ‘계획적’으로 한정되지 않고 일반 고의를 의미한다.
미필적 고의의 포함‘wilful’을 일반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결과 발생을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행하는 미필적 고의도 그 안에 포함된다. 원심은 미필적 고의를 면책에서 제외했으나 이는 법리오해이므로 파기환송한다.

3. 보험설계사 실무 시사점

전문직 배상책임보험(E&O·D&O) 영업 시 면책 범위 설명: 자산운용·임직원·법무·세무·의료 등 전문직 배상책임보험은 ‘고의’ 면책의 외연이 어디까지인지가 분쟁의 핵심이 된다. 약관 면책조항의 ‘고의(wilful, intentional)’가 미필적 고의를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을 청약 단계에서 설명해 두면 보험금 분쟁 시점에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영문·국문 약관 병용 계약은 우선 적용 조항부터 확인: 글로벌 보험사·재보험이 얽힌 약관에서는 영문본 우선 조항이 흔하다. 청약·계약 검토 시 영문본과 국문 번역본의 표현 차이를 사전에 점검하고, 차이가 있는 핵심 면책·담보 용어는 영문본 표현을 기준으로 설명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고의’ 면책 분쟁 대비 정황 기록: 사고 후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보험사가 미필적 고의를 주장하면 피보험자의 결과 인식·감수 여부에 대한 정황 자료가 쟁점이 된다. 의사결정 회의록, 외부 의견서, 자문 기록 등을 평소 정리해 두는 운영체계가 도움이 된다.
설명 시 단정적 표현 피하기: ‘고의가 아니면 무조건 보장된다’는 식의 단정적 안내는 미필적 고의 면책 가능성을 누락시켜 분쟁의 씨가 된다. ‘일반 고의(미필적 고의 포함)에 해당하면 면책될 수 있다’는 범위로 정확히 안내한다.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전문직 배상책임보험 약관의 ‘고의’ 면책은 영어로 ‘wilful’이라고 쓰여 있다면 ‘계획적 고의’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한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된다는 것이 2022년 대법원 판단입니다. 따라서 자산운용·임직원·전문직 책임보험은 ‘고의가 아니면 보장된다’보다는 ‘어떤 형태의 고의가 면책에 포함되는지’를 약관 영문 표현 기준으로 함께 확인해 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실제 분쟁은 약관, 사실관계, 시점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18다304014, 대법원 2022. 8. 31.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