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망인은 2020년 5월 7일부터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에피소드 진단으로 항우울제를 투약받기 시작했고, 같은 해 5월과 6월 두 차례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담당의사는 사고 가능성이 있다며 입원치료를 강력히 권고했고, 망인은 상담 과정에서 “병원에 입원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 물러날 곳이 없다. 가족 생계도 달렸다.” 등 죽음을 생각하는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마지막 내원일인 2021년 1월 29일 “내가 견딘다고 한들 달라질 게 없는 인생”이라고 말한 뒤 내원을 중단했고, 5개월 뒤인 2021년 6월 17일 아파트 완강기에 줄을 묶어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했습니다. 별도로 2022년 9월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른 순직 인정이 있었습니다. 유족은 사망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사가 자살 면책을 들어 다투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자살 면책예외의 판단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치료 중단 기간 동안 외형상 일상이 유지되었다는 사정’이 면책 인정의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면책예외의 일반 법리자살이 면책사유여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외래적 원인행위로 사망한 경우는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자살 사이의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에는 상황 전체의 양상과 자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특정 시점의 행위로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된다.
치료 중단 기간의 의미치료를 중단한 기간 동안 근무태양이 그대로였거나 가족과 통상적 대화가 이뤄졌다는 사정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였다’는 결론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로 충동적으로 자살에 이른 정황으로도 볼 수 있다.
자살 방식의 평가매듭을 묶어 목을 매는 방식이라는 점만으로 ‘자유 의지에 의한 행동’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자살 시점에 이미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면 그 방식 자체는 결정적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이 사건 적용1년에 걸친 중증의 우울에피소드 진단, 두 차례 자살 시도, 강력한 입원치료 권고, 죽음을 생각하는 발언의 반복, 치료 중단 후 사망까지 5개월 사이 증세 악화 가능성, 공무원 재해보상법상 순직 인정까지 종합하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 원심은 특정 시점의 행위만으로 단정하여 법리를 오해했다.

3. 보험설계사 실무 시사점

‘치료 중단 기간’ 자체가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 보험사 측은 흔히 ‘치료를 받지 않은 기간이 있으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했던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 쉽습니다. 이 사건은 1년에 걸친 진단·자살 시도·강력한 입원 권고가 있었던 만큼, 치료 중단 5개월이라는 사정 자체가 면책의 결정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유족 상담에서 ‘약을 끊고 있었으니 안 된다’는 식의 단정적 안내는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살 시도 이력·입원 권고 자료의 가치: 자살 시도 이력, 의사의 입원 권고 기록, 상담 중 발언 기록은 자유로운 의사결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입니다. 진료기록·상담일지·의무기록 사본 확보가 분쟁 단계에서 매우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족이 알 수 있도록 미리 안내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순직 인정의 의미: 공무원 재해보상법에서 자해행위 중 예외적으로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의 자해’는 사망보험 약관의 면책예외 사유와 거의 일치합니다. 만약 별도 절차로 순직 등 공적 재해 인정이 있었다면, 사망보험 분쟁에서도 유의미한 보강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가입·증액 단계 안내 톤: 사망보장 가입·증액 단계에서 ‘자살은 무조건 안 된다’는 단정적 안내, ‘우울증 치료력이 있으면 무조건 거절된다’는 식의 단정적 안내 모두 정확하지 않습니다. 청약 단계의 알릴 의무는 정확히 이행하되, 사고가 났을 때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다는 균형 잡힌 톤이 권장됩니다.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사망보험금에서 자살은 원칙적으로 면책이지만,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보장한다는 예외가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를 받다 일정 기간 치료를 중단한 뒤 자살에 이른 경우에도, 치료 중단 기간에 외형상 일상이 유지됐다는 사정만으로 면책으로 단정되지 않고 진료 경과 전체를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하게 됩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실제 분쟁은 약관, 사실관계, 시점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22다293531, 대법원 2023. 7. 13.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