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망인은 사업상 채무로 사망 약 10년 전부터 신용불량 상태였고, 비교적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2018년 8월경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면서 경제적 곤궁이 심해졌습니다. 2018년 추석 연휴를 전후해 망인은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약 2개월 후인 12월 6일 정신과의원에서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진단으로 약을 처방받았으나, 3일 후 다시 수면유도제를 다량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응급의료센터에서 망인을 진료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에피소드(주요우울장애, F32.2)’로 진단하고, 약물치료 지속과 24시간 감시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은 2019년 2월 결국 자살에 이르렀고, 보험수익자인 자녀들은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망인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다’ 등의 사정을 들어 자유의사 결정능력이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로 보기 어렵다며 면책조항 적용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자살의 자유의사 결정능력 판단에 관한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의학적 진단의 무게와 감정증거 처리의 원칙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자살과 보험사고의 관계 자살이 면책사유라도,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면 우발적 사고로서 보험사고에 해당함. 판단은 나이·성행·신체정신 상태·정신질환 발병·진행 경과·자살 무렵 행태·동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의학적 진단의 무게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DSM-5,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등)이 확립되어 있는 만큼, ‘주요우울장애로 자유의사 결정능력 없는 상태에서 자살’이라는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사실심 법원이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됨.
감정의견이 모순·불명료할 때 2개 이상 감정기관의 의견이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하면, 다른 증거자료의 뒷받침이 없는 한 보완감정·증인신문·사실조회 등 적극적 조치를 강구해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혀야 함. 서증 형태로 제출된 전문가 의견도 동일.
‘치료 미실시·계획성’ 사정의 한계 망인이 적극적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거듭되는 자살 시도와 중증 우울 진단 자체를 부정할 만한 사정이 못 됨. 자살 직전 친구·가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유서를 남긴 사정도 ‘자살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의 암시로 평가될 수 있을 뿐, 자유의사 결정능력이 보존되어 있었다는 근거가 아님.

3. 보험설계사 실무 시사점

‘자살=면책’이 절대 결론이 아님: 자살이라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유의사 결정능력 부재가 인정되면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입 단계와 청구 단계 모두에서 정확히 안내하시기 바랍니다. 무조건 ‘자살은 면책’이라는 식의 단정적 답변은 잘못된 정보 제공이 될 수 있습니다.
의학적 기록 확보가 핵심: 우울증·정신질환 치료 이력은 분쟁 시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유족 상담 시 망인이 받았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 응급실 기록, 처방내역, 소견서 등을 시기별로 정리하도록 안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진단명이 ‘중증/주요우울장애’ 계열인지가 특히 중요합니다.
‘치료를 안 받았다·계획적이었다’ 프레임에 휘둘리지 마세요: 보험사 또는 손해사정 단계에서 ‘본인이 치료를 회피했다’·‘준비된 행동이었다’는 식의 사정을 들어 면책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번 판결은 그러한 사정만으로 자유의사 결정능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감정의견이 엇갈리면 보완감정 요구: 정신감정 결과가 일관되지 않거나 불명료한 경우, 추가 감정·사실조회를 적극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한 차례 회신만으로 면책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이 판결의 또 다른 메시지입니다.
가입 단계 안내 표준화: 해당 약관의 자살 면책 조항(통상 책임개시 후 2년 경과 시 부활 조항)을 안내드릴 때, 정신질환으로 자유의사 결정능력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별도 법리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설명한 기록을 남겨두시면 사후 분쟁 시 설명의무 이행 입증에 도움이 됩니다.

4. 고객에게 설명할 때의 문장

“자살은 보험에서 원칙적으로 면책 사유로 다뤄지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해 본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인정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중증 우울장애나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받은 기록이 있다면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응급실 기록·소견서 등을 시기별로 잘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분쟁은 사실관계와 진단의 무게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청구 단계에서는 손해사정·전문가 자문을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보험 상담 실무를 돕기 위한 일반 정보입니다. 자살 면책 인정 여부는 정신질환의 진단·경과, 자살 무렵의 행태, 의학적 감정의견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의 법률 판단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판례 원문 보기 · 사건번호 2022다241493, 대법원 2022. 11. 10. 선고